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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유목민의 생이별

조병태 시인

 

넓고 푸른 몽골 초원

말과 함께 누비던 늠름한 기상과

깨알같은 유목 생활의 행복

 

어느덧,

바람과 함께 휘둘려 쓸려간

칠순七旬의 찰나

제 몸 하나 가누기 힘든

늙고 병든 가련한 몰골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부모를 버리고 떠나야 하는

단장斷腸의 하직 인사

 

게르의 온기는 사라지고

찬바람에 하얗게 펄럭이는

초라한 소형 천막에 가족들이 건네준

고작 한 달 치의 물과 양식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가족을

무연히 바라보는 허탈한 눈동자

 

‘나도 부모에게 그리 했었지’

 

콧등으로 비스듬히 미끄러진

도수 높은 뿌연 안경 너머

세파에 쪼그라진 눈꺼풀이

한 생을 끌고 스스르 내리감긴다.

 

 

*게르 : 몽골 전통 천막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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