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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피플

일체유심조를 통해 보는 세상

                                  청송사주지 범상스님 시인 수필가

 

긍정적 생각과 행동을 강조하는 요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렸다” 정도로 이해하는 것 같다. 여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묻는다. “그렇다면,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었다고 생각한다면 배가 고프지 않는가?” 이런 일을 일어나지 않는다.

 

마음이 중요하긴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은 거의 없다. 특히 의지적 인과를 형성하는 인간사회는 더욱 그렇다. 자동차가 1ℓ의 기름으로 10Km를 주행한다고 할 때 2ℓ를 가지면 20Km를 간다. 이 같은 물리적 인과는 예측이 분명하지만, 발 앞에 있는 개구리가 어느 방향으로 뛸지는 도무지 알 수 없다. 개구리의 의지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의지와 의지가 부딪치는 인간관계 역시 앞서 말한 배고픔처럼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일체유심조를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렸다”로 이해하는 것은 “하면 된다”와 같은 말초적 선동의 구호쯤으로 사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렇게 허술한 비상식적 논리가 팔만장경의 핵심요지라면 참으로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일체(一切)란 무엇이란 말인가. 일체를 말하기 전에 먼저 세상과 세계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세상이란 본래의 모습이라면, 세계는 세상 속에 살아가면서 자신이 경험・인식한 한정된 개인적 범위를 말한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바다 깊은 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 그 곳도 일체에 포함 할 수 있는가? 개념으로는 가능하겠지만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세상은 일체에 포함되지 않는다. ‘엄마’라고 할 때 자신이 경험한 엄마 외에는 다른 엄마는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래서 형제들 간에도 각자가 경험한 엄마는 모두 다르다. 남존여비의 사회에서 아들 특히 장남과 딸들을 대하는 엄마는 전혀 다른 모습이듯 말이다.

 

이와 같이 세상을 살아오며 얻은 경험을 다른 말로 업(業)이라 하고, 업은 마음을 형성한다. 그래서 일체유심조의 가장 기초적 이해는 ‘일체라고 착각하는 것은 오직 (너의)마음이 조작해낸 허상에 불과하다’이다. 다시 말해 모든 사람은 세상의 본모습을 알지 못하고 오직 자신이 경험한 세계에 갇혀 산다는 것이다. 경전에서는 일수사견(一水四見)으로 설명한다. 같은 물이라 할지라도 인간은 마시고, 씻고... 물고기는 사는 집이고... 천상에서는 보배구슬... 지옥에서는 피고름... 등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물고기가 느끼는 물을 알 수 없다.

 

이렇듯 우리 모두는 자신이 경험한 세계에 빠져 산다. 따라서 일체유심조는 자신의 세계를 철저히 부정함으로서 대 긍정의 세상으로 한 발짝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사회의 모든 갈등은 세상과 세계의 차이를 구분하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세상과 동일시하는 집착과 어리석음을 원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으로 맺은 부부라 할지라도 가장 크게는 남녀의 세계가 다르고, 살아오면서 서로 경험한 세계가 다르다. 그래서 한 이불을 덮고 살아도 마치 호환이 되지 않는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전혀 엉뚱한 행동을 하게 된다. 이때 일체유심조의 입장에서 잠시 자신의 세계를 내려놓고 상대의 세계를 이해하고 알아가다 보면 어느덧 부부의 세계는 서로 겹쳐지는 부분이 많아지게 되고 화목이라는 행복을 이루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일체유심조는 자신의 세계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상대를 이해하고 수용함으로서 점점 세상의 본래 모습을 알아가기 위한 목적으로 설해졌다. 문제는 세상 대부분의 것들이 자신의 세계(견해)를 강화하는 쪽으로 진행되어 왔고,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사회에 펼쳐지고 있는 편 가르기 식의 심각한 갈등과 반목 등은 “모든 게 마음먹기 달렸다”는 비상식의 오류를 신봉하여 제 생각에 빠져 일으키는 일들이다.

 

이제 개인은 물론 전 세계는 자신이 만든 세계를 철저히 부정하는 일체유심조를 통해 수많은 상대들의 세계를 이해하여 대 긍정의 세상으로 나서야 한다. 왜냐하면 한 세계가 만든 핵과 같은 초유의 무기가 세상을 뒤흔들어 인간이 사는 세계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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